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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읽은느낌

갑옷속에 갇힌 기사

갑옷속에 갇힌 기사
로버트피셔, 김연수 옮김

"충성클럽"의 문이 열리기를 고대하며 기다리고 있기를 몇분, '백마서로'를 보는 순간 육체적 배고픔보다는 정신적 갈증이 밀려오며 '백마서로'에 있는 책 한권을 집어 보았다. "갑옷속에 갇힌 기사"라는 모순적인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감옥'도 아닌 몸을 보호해주는 "갑옷'속에 갇힌 기사가 말이 되는걸까?"이 질문이 떠오른 순간 내 '갈증'은 '타는 듯한 목마름'으로 바뀌었다.
책의 줄거리를 정리해 보면, 기사는 번쩍거리는 갑옷을 입고, 구해야 하는 공주, 물리처야 하는 용, 승리해야 하는 성전을 찾아 동분서주한다. 이런 기사에게는 늘 입고 생활하는 갑옷과, 그가 아끼는 가족이 있다. 하지만 그의 아내와 아들은 기사가 늘 바쁜 탓에 그의 얼굴조차 보기 힘들다. 어느날 아내가 가족보다 싸우기를 좋아한다며 핀잔을 주니, 기사는 가족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당신은 저보다 갑옷을 더 사랑하시는 거죠?"
"그렇지 않다오. 사랑하지 않는다면 내가 왜 당신을 용에게서 구해냈겠으며,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튼튼한 벽으로 둘러싸인 이 멋진 성에 당신을 모셔두겠소."


그 말을 들은 아내가 그렇다면 갑옷을 벗고 가족들과 지내자고 하자, 기사는 그럴 수 없다고 말하며, 자신이 갑옷을 멋고 쉰다면 어떻게 가족에게 성을 유지시키겠냐고 하며 벗지 않는다. 그 말을 들은 부인은 아들과 집을 나가버리겠다고 하자 기사는 그런 부인을 붙잡으며 갑옷을 벗어 보려 하지만 벗겨지지 않는다. 이제 기사는 갑옷을 벗는 방법을 찾으러 떠남과 동시에 책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앞에서 줄거리를 알아보며 잠시 살펴봤듯이 책의 주된 내용의 매개체는 '갑옷'이다. 책에서 '갑옷'은 기사가 기사다움을 이루기 위한 필수품으로 나오며 언제나 기사와 함께 있고 기사는 갑옷을 항상 번쩍거리게 닦기 바쁘다. 그와 동시에 기사는 자신이 무엇을 위해 갑옷을 닦는지조차 잊고 있다는 것은 살짝 보여준 줄거리에서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내가 이 갑옷을 쉽게 넘길 수 없는 것은 오래전에 그저 꿈에만 매달려 가족을 생각하지 않고, 내 소중한 것들을 저 버린채 살아왔던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꿈을 이루려고 했던 원래 목적은 부모님 호강시켜드리기, 가족과 여행가기, 효도하기 때문이었는데 그저 그 꿈을 향해 달리다 보니 정작 소중한 것을 잊고 있던 그 순간이 떠올라서 였다. 분명 나 말고도 갑옷을 위해 살아본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특히나 나중에 들어서는 주객이 전도하여 갑옷을 위해 소중한 것을 소진하는 어리석은 짓을 해버리는 경우도 종종있다. 그리고 후회할 때쯤이면 이미 모두 소진해 버리거나, 직전일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기사는 바로 직전에 자신의 문제를 깨닫고 갑옷을 벗고 소중한 것을 찾는 여행을 떠나 그 여행의 끝에서 '진정한 자아'와 '진정한 진리'를 얻었다.
어떻게 하면 기사처럼 '갑옷'을 벗어버리고 살아갈 수 있을까? 기사는 길을 따라가며 "참된 나"를 찾았다. 하지만 나에게 그런 길은 없다. 나만의 '갑옷'벗는 방법은 책과 대화이다. 책을 통한 간접경혐은 나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며 나를 살찌워주고, 대화를 통해 그 지식을 확인하고 더욱 확장시켜주었다. 옮긴이는 독자에게 '넌 무엇때문에 그렇게 바쁘게 사니?'라고 묻는데 대부분 늘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바쁘게 살면서 자신이 왜 바쁘게 살고 있는지 망각하며 살고 있다고 한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기사의 삶이 그러했다. 기사의 삶을 보면 더 열심히 할 수록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
그래서 이번기회에 다시 한번 내가 왜 바쁘게 사는지 정리해 보면서 '기사의 실수' 없애고자 한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죽음'때문이다.
'죽음', 죽는 그 순간 내가 살아온 날들을 생각해 보았을대 후회하지 않도록 늘 잠자리게 들 때면 한번씩 지금 당장에 죽는다면 오늘 한 일이, 못한 일이 후회스럽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본다. 그러므로써 난 더욱 참된 나에게 다가가고 있는 확신을 갖고 있다. 그리고 덕분에 무슨 일을 할지라도 한치의 부끄러움 없이 자신감을 갖고 일을 처리하게 되었다.
이번 책은 자신을 찾지 못하고 늘 바쁘게 살기만 하는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이 책은 바빠서 읽을 시간이 없다는 변명이 불가능할 정도로 매우 얇은 채이니 어떤 변명도 못할 것이다. 더이상 그저 의미없는 바쁨으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는 사람이 없기를 기원하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