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에대한관찰

토끼를 찾아주세요

토끼를 본적이 있으십니까? 라는 질문에 열이면 구는 있습니다. 라고 대답할 것이다.
나 또한 살면서 한번 이상 토끼를 본 적이 있었고, 동물원에 가면 풀쪼가리라도 하나 주고 싶은 동물중에 베스트 5이에 드는 동물이 토끼이다. 비록 본성은 사납고 성욕에 불타며 3초만에 싼다지만, 우리에 갇혀 있는한 온순하고 여린 토끼일 뿐이다. 그런데 늘 내 곁에 있던 토끼가 없어졌다. 어느 순간인지 눈에 띄지 않았는데 지금에서야 알았다. 이번 살수행군을 통해서 깨닫게 되었을때는 이미 늦었는지도 모른다.

 어릴때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들었을 것이다.

달에는 토끼가 산다.

 나 역시 그 이야기를 듣고 자랐으며, 그 이야기에 푹 빠져서 살았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둥근 달이든, 초승달이든 나의 토끼는 언제나 절구를 찍으며 나에게 줄 찹살떡을 만들어대고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 차를 타고 '첫째 큰 아버지댁'으로 가서 제사를 지낼때 쯤이면 어김없이, 보름달에서 토끼는 날 쫒아오며 밝고 환한 찹쌀떡을 주었다. 찹살떡에서 떨어져 나온 고명은 환한 별이 되어 나에게 그림을 그려주었는데 그 그림은 정말이지 말 그대로 별천지 였다. 때론 멋쟁이 전사가 되어 뛰어 다녔고, 때론 작은 잠자리가 되어 하늘을 날아다니며, 때론 맛있는 사과가 되어 나의 침샘을 자극하였다.
그런데 그런 토끼가 날 떠나갔다.
 정말이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순식간이였다. 언제나 달이 뜨면 달에게 안녕~ 하고 외치는 나에게는 정말이지 놀라운 일이었다. 무심결에 달토끼를 찾아본 나에게 토끼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잠시 외출이라도 한걸까? 아니면 늙어서 죽었나? 아니! 절구도 없어졌잖아!!
이건 정말이지 놀라운 일이었다. 몇년동안이나 신경쓰고 살지 않았는데, 지금 달에는 토끼가 없다. 토끼를 찾고자 계속해서 찾아보았지만, 옆 전우에게 물어도 보았지만, 모두 모른다는 말뿐, 찾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두려웠다. 이대로 나의 어릴적 영웅 한분이 사라지는 것일까? 나에게 마르지 않는 상상을 주었던 달토끼는 사라지고 이제 없는것일까? 사회의 탁한 공기에 휩싸여 버린 나의 눈에는 더이상 나타나 주지 않는 것일까? 이게 그분과의 관계는 더이상 이어지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나보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어린아이에게로 간 것인가. 그 누구도 나에게 답해줄 수 없었다. 심지어 나 조차도.
 이 믿을 수 없는 현상을 경험한 뒤에 하늘을 올려다 보았을때, 달에는 분화구만 넓게 펼쳐 있을 뿐이었다.
 당신의 달토끼는 아직 살아있나요? 그렇다면, 가끔 제 달에도 놀러와 주세요. 제 달은 휘엉청 빛나며 따뜻한 빛을 뿜고 있지만, 지금은 살고있는 토끼가 없답니다. 그리고 혹시나 이 글을 볼지도 모르는 토끼씨, 당신께 말할께요. 전 당신을 다시 보고 싶답니다. 나의 어린시절 영운이여 그대의 그림은 그 어떤 화가의 그림보다 역동적이고, 아름다웠으며, 때론 공포스럽고 스산하기 이를때 없었답니다. 당신은 정말이지 최고의 화가 입니다. 사랑합니다 나의 달이여, 토끼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