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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울타리/일반

신발이 사양산업? 이젠 첨단산업이야

신발이 사양산업? 이젠 첨단산업이야
2008.03.19, 차영미
 

하루 운동량 표시… 온도조절 장치… GPS 내장…

부산 업체들, IT·BT 기술 접목한 제품 개발


'170㎝, 76㎏….'

키·몸무게·나이·성별·신발 무게를 입력한다. 결과가 나왔다. '비만도 26, 하루 운동 권장량 240㎈. 걷거나 뛴다. 칼로리 소비량 100.'

트레드 밀(러닝 머신) 얘기일까? 아니다. 운동화 얘기다. 부산의 신발업체인 ㈜아이손은 이런 기능을 가진 인공지능 운동화 '아이런(AIRUN) 슈즈'를 개발, 해외 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신발 주인의 비만도를 알려주는 것은 기본. 뱃살을 빼기 위해 하루 운동으로 소비해야 하는 칼로리를 알려준다. 또, 실제 운동을 통해 얼마나 칼로리를 소모했는지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만일 조깅을 한다면 그 거리와 속도를, 속보 산책을 한 경우 몇 걸음 걸었는지를 표시한다. '헬스 트레이너' 역할까지 하는 똑똑한 신발이다.

노동집약적 사양산업으로 여겨지던 부산의 신발이 IT·BT 등 신기술로 무장, '첨단 산업'을 향해 뛰고 있다. 그저 신고 다니기에 편한 것이 전부였던 데서 다이어트에 좋고 자세 교정에 도움을 주는 '웰빙 신발'을 거쳐 인공지능형 'IT 신발'까지 진화하고 있다. '아이런 슈즈'가 대표적이다.

아이손 측은 이 신발로 지난 해 연말 부산서 열린 국제 신발박람회에서 300만 달러 수출 계약을 한 데 이어 지난 2월 영국 존 루이스 백화점에 납품 계약을 맺고 1차로 14만 달러어치를 수출하기로 했다. 캐나다 바이어와 수출 상담을 진행 중이고 이달 말쯤 국내 시판도 시작할 예정이다. '아이런 슈즈'는 켤레당 70~100달러를 받을 정도로 고가에 수출되고 있다.

아이손 김희석(47) 사장은 "부산 신발이 IT·BT 등 첨단 기술분야와 융합하면서 새 전성기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똑똑해진 신발은 '아이런 슈즈' 말고도 많다. 백산실업은 신발 뒷굽 부분의 온도조절 장치를 이용해 깔창을 따뜻하게 하는 '온도조절 발열신발'을 개발, 수출하고 있고, 등산화 업체로 유명한 '트렉스타'는 산에서 길을 잃어도 쉽게 구조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GPS' 신발을 개발, 시판을 앞두고 있다.

하체·다리 단련에 도움을 주고 걷는 자세를 바로잡아주는 삼호우레탄의 '티피'와 지렛대 원리를 적용해 걸음만 걸어도 관절 보호 운동 효과를 주는 우성우레탄의 기능성 슬리퍼, 신고 다니는 것만으로 운동 및 체형 교정 효과를 볼 수 있는 삼덕통상의 '힙합 슈즈', 르까프 화승개발센터의 '파워 워킹 다목적 웰빙화' 등도 개발 완료됐거나 판매 중이다.

부산신발진흥센터는 자석 성질을 띠는 액체를 신발 밑창 중간에 넣어 충격 효과 흡수를 내는 '자성 유체 신발', RFID(무선인식 전자칩)를 부착한 신발 등을 개발하고 있다. 부산신발진흥센터 권창오(54) 소장은 "부산 업체는 아니지만 운동화에 음악을 내장한 뮤직 신발, 저주파 발생으로 근육통증 완화 및 혈액 순환 등에 도움을 주는 저주파 신발 등도 개발돼 있다"며 "IT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이들 신발로 인해 신발산업은 사양 산업이 아니라 첨단 산업으로 변신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박주영 기자=부산
park21@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