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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울타리/일반

두바이 홍보의 `첨병' 스포츠 마케팅

두바이 홍보의 `첨병' 스포츠 마케팅
2008.03.31, 차영미
 
큰 상금 내걸고 거금들여 스타 초청…`큰손' 전략

국제적 고급도시 발돋움 전략

지난 2006년 카타르가 중동 국가로는 처음으로 아시안 게임을 개최하자 이를 보고만 있어야 했던 이웃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정부에선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중동에서 물류와 금융, 관광의 `선두주자'로 자리를 굳히고 있는 두바이는 카타르 도하에 "선수(先手)를 빼앗겼다"는 뼈아픈 질책이 이어졌다.

아시안 게임 개최마저 두바이가 가장 먼저 따냈다면 두바이는 명실공히 아시아의 대표 도시로 발돋움했을 것이라는 탄식이었다.

◇ 최고.최대 규모로 판을 키워라 ..`두바이식' 스포츠 마케팅 = 두바이 시내 곳곳에는 최근 테니스공이 그려진 광고판이 수백 개 들어섰다. 오는 25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열리는 `두바이 테니스 챔피언십'을 알리기 위해서다.

두바이의 스포츠 마케팅의 특징은 일단 `판'을 크게 벌리는 것이다. 이 테니스 대회엔 남자부의 경우 세계 순위 1위 로저 페더러를 비롯해 국제테니스연맹(ITF) 순위 1∼14위(10위 제외) 선수가 모두 참가한다. 여자부는 마리아 샤라포바는 물론 세계 순위 1∼21위 선수가 모두 나설 예정이다.

세계 4대 오픈에서도 이런 쟁쟁한 세계적 선수들을 한 자리에서 보긴 쉽지 않은 일이다. 예상 관중은 12만명이며 전 세계적으로 시청자만 수천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앞서 지난달 29일부터 닷새간 `PGA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이라는 국제 골프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의 단골 손님인 타이거 우즈를 비롯해 어니 엘스 등 세계 골프무대의 `흥행 카드'가 모두 얼굴을 내밀었다. 총 상금은 250만 달러.

지난달 18일엔 개최된 두바이 국제마라톤 대회는 `두바이식' 스포츠 마케팅의 진수를 그대로 보였다. 올해로 3회째 맞는 이 대회를 앞두고 주최 측은 지난해 9월 마라톤 세계신기록(2시간4분26초)을 작성한 게브르셀라시에를 초청했다.

마라톤에서 `마의 벽'으로 남아있는 2시간 3분대 진입이라는 역사적 발자취를 바로 `두바이 땅'에서 만들어 보겠다는게 두바이 정부의 생각이었다. 비록 대회의 역사가 짧지만 이런 대기록이 다른 곳도 아닌 사막의 땅 두바이에서 나온다면 이는 길이 역사에 남을 일이 될 것이고 두바이의 위상도 한 단계 상승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두바이의 마라톤 세계신기록 달성 `작전'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우승상금만 해도 남녀 모두 25만 달러로 지금까지 가장 우승상금이 많았던 보스턴 마라톤(10만 달러)의 2배 반을 내놨다. 이 뿐만 아니라 세계 신기록을 작성하는 선수에겐 세금없이 100만 달러를 보너스로 주기로 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두바이 마라톤에는 또 하프 마라톤 세계기록을 세운 적 있는 파비아노 조셉 나시(탄자니아), 2002년 보스턴ㆍ뉴욕 마라톤 우승자 로저스 롭(케냐), 세계 3위 기록보유자 사미 코리르(케냐) 등 이른바 남녀 `엘리트' 선수 각각 25명이 초청됐다.

마라톤 코스를 보면 두바이가 세계 신기록 `제조'를 위해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다. 두바이 시내를 도는 왕복 방식인 이번 두바이 국제 마라톤의 코스는 오르막길 하나 없는 `환상의' 코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2.195㎞의 풀 코스에서 곡선 구간은 불과 8번. 게다가 5㎞부터 35㎞까지 왕복 구간은 굴곡 없이 쭉 뻗은 직선 도로인 주메이라 로드를 택했다. 주메이라 로드는 해안이 가까워 두바이 시내 가운데서도 환경이 가장 쾌적한 곳이기도 하다. 두바이 정부는 세계 마라톤 전문가를 동원, 세계 신기록 제조를 위한 완벽한 평탄 코스를 `기획'했다는 후문이다.

기대와 달리 세계 신기록은 나오지 않았지만 게브르셀라시에는 마라톤 풀코스 사상 두 번째로 빠른 기록을 내 대회의 위상을 크게 높였다.

다음달 열리는 경마대회 두바이 월드컵 기는 경마의 종주국 영국에 못지 않다. 두바이 지도자가 `경마광'이기도 하지만 총 상금이 2천만 달러가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수와 말이 참가하기 때문이다.

자국민이 적어 스포츠의 저변이 얕은 두바이는 축구를 제외한 자국 내 스포츠 대회는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닌다. 고온 건조한 날씨 탓에 야외 스포츠는 겨울철인 1월∼3월초에만 할 수 있다.

그러나 대신 어느 대회보다 큰 상금을 내걸고 세계적 선수를 거금을 들여 초청, 국제적인 스포츠 이벤트를 연다.

이런 행사에 드는 비용은 두바이에서 사업을 하는 대기업이 후원을 하게 마련인데 두바이 정부는 대신 `바클레이스 두바이 테니스 챔피언십', `스탠더드 차터드 두바이 마라톤'처럼 후원 기업의 이름을 대회에 붙여준다. 두바이에서 큰 돈을 버는 대기업은 두바이 정부 소유 또는 정부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홍보효과도 쏠쏠한 편이어서 기꺼이 후원금을 내놓는다.

귀한 몸으로 초청된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들은 예의 대회 전 반드시 기자회견을 열어 두바이를 입이 마르게 칭찬하고 스타의 언급은 미디어를 통해 그대로 세계에 전파된다.

올해 두바이 국제마라톤에 참가한 게브르셀라시에는 "10년간 두바이에 왔는데 올 때마다 발전상에 놀란다"며 "두바이는 모든 분야에서 `넘버 원'이 될 것이며 어떤 스포츠행사도 발전하려면 정부와 후원 기업이 필요한데 두바이가 바로 그렇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