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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울타리/일반

‘아이폰’이 ‘갤S’보다 수익률이 좋은 까닭

by 최호섭 | 2012. 08. 13

한 독자가 애플이 다른 회사들에 비해 제품 대당 수익률이 높은 이유에 대해 물어왔다. 왜 그럴까? 애플은 물론이고 그 어떤 회사도 생산 원가와 이를 줄이기 위한 과정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저마다 비슷비슷한 다른 기업들에 비해 애플은 유난히 매출 대비 수익이 높다.

2분기 실적 발표를 보자. 애플은 350억달러(한화 약 39조원) 매출에 116억달러(약 13조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시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동안 매출 47조원에 6.7조원을 영업이익으로 가져갔다. 어떤 회사가 더 장사를 잘 했느냐는 것은 둘째치고 애플이 매출은 낮지만 수익은 두 배 정도로 앞지른 이유를 살펴보자.

일단은 자주 언급되는 ‘소품종 대량생산’을 이유로 들 수 있겠다. 애플은 매출이나 판매 규모에 비해 갖고 있는 제품이 적다. 디자인을 기준으로 맥북 에어와 프로 등 노트북이 5가지, PC는 4가지 뿐이다. 아이팟과 아이패드, 아이폰, 애플TV까지 모두 더해도 제품 종류는 16가지 정도다.

삼성전자는 다르다. 스마트폰 뿐 아니라 TV, 세탁기, 냉장고, 전자레인지까지 만들어 파는 종합 가전 회사다. 여러 개의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보다 적은 제품을 많이 판매하는 것이 제조부터 유통까지 전체적인 비용을 줄이는 첫째 조건이라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두 회사의 사업 구조가 다르고 수익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비교하기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어쨌든 애플은 제품 당 판매율로는 어마어마한 결과를 낳고 있다. 2011년 한 해 동안 아이폰을 9300만대 팔아치웠다. 그만큼 CPU나 메모리 같은 부품을 한 번에 더 많이 주문할 수 있고 주문량에 따라 가격은 크게 떨어진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삼성도 주력 사업인 스마트폰에서는 비슷한 전략을 위해 제품 가짓수를 줄였다. 하지만 시장별로 최적화하는 전략을 가져가면서 나라별로 프로세서나 메모리 등에 차이를 두고 있다. 통신사별로 각자의 응용프로그램도 설치해 내보낸다. 결국 이것이 세계 시장에서 삼성의 경쟁력이긴 하지만 생산과 유통만 보자면 상대적으로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 나온 갤럭시S3만 해도 3가지 서로 다른 하드웨어가 나와 있다.

하지만 애플은 가격을 위해서 품질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 예가 맥북이다. 맥북을 만드는 핵심 기술인 유니바디 설계는 조립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나의 알루미늄 판으로 최대한 많은 부분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디스플레이 아래 본체를 단 2개의 판으로 만들어 조립 과정을 단순화했고 업계에서 모두가 부러워하는 디자인을 만들어냈지만, 다른 제조사들은 아직 이런 디자인을 속 시원하게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인텔도 울트라북을 내놓으면서 얇은 디스플레이와 금형을 만드는 산업에 3400억원을 투자해 제품들을 더 얇고 가볍게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일부 제조사들 외에는 맥북 에어와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가질 제품을 꺼내놓지 못하고 있다. 운영체제를 직접 갖고 있다는 점도 작용한다. 결과적으로 윈도우와 비슷한 성능, 배터리 이용 시간을 내는 데 필요한 하드웨어 조건이 더 낮기 때문에 맥북 에어 같은 제품을 만들어내기 유리하다.

유니바디를 제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만큼 원래 가격 자체는 다른 금형보다 비싼 편이다. 하지만 이를 풀어낸 것은 대량 생산이다. 단순히 한 가지를 만들어 많이 판다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파는 것도 비결이다. 맥북 에어의 경우 2010년에 2세대 제품을 발표한 뒤 현재까지 금형이 바뀌지 않았다. 맥북 프로도 2009년에 내놓은 디자인이 지금껏 이어져 오고 있다. 맥북 에어의 경우 한 분기에 100만대 이상 판매한다. 애플은 정확한 판매 자료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2010년 4분기부터 7분기 동안 어림잡아도 11, 13인치 단 두 개의 금형으로 700만대 가량 팔아치웠다는 얘기다. 그만큼 단가를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셈이다. 엔트리 모델인 플라스틱 맥북을 없애고 그 자리에 11인치 맥북 에어를 대신 세운 것이 그 자신감을 직접적으로 내비친 예다.

소품종 대량생산, 그리고 오래 판매하는 전략이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스마트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이폰의 경우 현재 아이폰4S가 주력 제품이기는 하지만 이전에 만든 제품들을 포기하지 않는 독특한 전략을 가져간다. 아이폰4와 3GS는 아직도 중저가 시장에서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1년에 한 가지씩 만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순차적인 라인업이 갖춰지는 것이다. 애플이 iOS6를 아이폰3GS에까지 가져가고 있는 밑바탕에는 이런 이유도 있다. 제품도 제품이지만 가격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소비자가 가격을 받아들이고 제조사는 그 안에서 더 많은 수익을 내 다음 제품에 투자하는 이상적인 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 지금의 애플이다.

삼성전자를 예로 들긴 했지만 두 회사는 시작부터 모든 점이 다르다. 삼성전자가 기존의 전략을 버리고 애플처럼 부가가치가 높은 몇 가지 제품만 판매한다면 가전 시장이 붕괴될 것이다. 여러 분야에 다양한 제품을 늘어놓고 어떤 소비자든 삼성 디지털 플라자에 일단 들어오면 마음에 드는 제품을 구입해서 나갈 수 있는 것이 삼성의 경쟁력이다. 삼성전자는 종합 가전 회사로서, 애플은 컴퓨터 전문 회사로서 각각 최선의 길을 걷고 있을 뿐이다.


출처 : Bloter.net, http://www.bloter.net/wp-content/bloter_html/2012/08/122588.html